바람
이름모를 꽃에 대한 단상 본문
세상에 달린 이름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인간의 편리에 다름아니다.
얼마 전 강원도 영월에 연수를 갔다가 아침 산책길에 아름다운 꽃을 만났다. 보아하니 이름없는 야생화는 아닌듯 하여 도대체 이 꽃의 이름은 무엇일까? 한참 고민에 빠졌었다. 꼭 식물도감을 찾아봐야지 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그 어려운 수학공식과 영어단어,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 줄줄줄 꾀면서 정작 내 옆에 피어있는 꽃이름 하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자연과 떨어져 살고 있다. 어찌보면 꽃이름 하나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잃고 사는 내 자신이 자연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였음은 사실 부끄러움을 넘은 안타까움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어머니, 아버지의 육성이 아닌 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에서 찾아볼 수 밖에 없는 그 간의 삶이 참 안타깝게도 여겨진다. 자연과의 단절이 어찌 그것만의 단절일까? 따지고 보면 세대간의 단절이요, 인간다운 삶과의 단절인지도 모른다. 어떤 시인은 그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의미로 다가 왔다고 하지만,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것 처럼 이미 이름이 있기 전에부터 자기 나름의 숨을 가지고 살아 왔으니, 나에게는 의미가 없을 지언정 스스로 그러한 자연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왔으리라...
그러나, 시인이 말하고 싶은 의미처럼 단절된 세상을 연결시켜주는 우리네 의식의 일깨움 '성찰'을 다시금 생각하여야 함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산책길 시골 촌집의 벽돌 담벼락 사이로 피어난 이 아름다운 꽃이 그냥 스쳐가는 짧은 인연이 아니라 더욱 인간답게, 더욱 자연스럽게 공생하는 깊은 인연을 만들어가야 함을 일깨워 준다.
2008년 5월 31일 강원도 영월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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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P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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