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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말이 제법 는 에이제이는 이제 제일 시끄러운 아이가 되었다.얼마 안있으면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는 바씨마는 하루라도 빨리 방글라데시로 가고 싶다고 한다. 이유인즉 할머니가 예쁜 옷을 사준다고 했기 때문이다.엄마와 떨어지면 울고, 선생님과 떨어지면 울던 울보 이아는 이제 그 횟수가 아주 많이 줄었다. 노래에 맞추어 어깨도 들썩이고 가끔 이런 저런 노랫말을 따라하려는 듯 옹알이기도 한다. 자스틴과 연아, 혜인이, 지니는 요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러 다니느라 무지개 붕붕에 타지 않는다. 차안이 많이 썰렁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왁자지껄이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는 여우가 왕이라고 지금은 에이제이가 대장인 듯 제일 시끄럽고 말도 제일 많다. 사실 이아를 제외하면 다 언니, 오빠들이니 봐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
하나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무지개교실에서 반장 역할을 든든하게 하던 하나는 학교생활이 어떠냐는 물음에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는 하나는 가수가 꿈이다. 우리센터에서 행사가 있으면 늘 최고의 인기몰이꾼이다. 생각해보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무지개교실에서 꼬물거리던 녀석이 이제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다니... 대견하기도 하지만 늘 마음 한 켠이 아리다. 하루라도 빨리 이 나라가 이주민을 품을 수 있는 성숙한 나라가 되길 바랄 뿐... 그래도 꿈을 잃지 말고 맑고 밝게 자라기를...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는 대한성공회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입사한 이후로 한번도 종교색 나는 행사를 경험한 기억이 없다. 우리의 종교가 소중한 만큼, 그들의 종교도 존중받아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어쩌면 그것은 진정한 다문화사회의 다양성 존중의 원칙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어제(3월 22일) 우리센터에서는 그러한 금기(?)를 깨고 다소 파격적(?)적인 부활절 축하 이벤트를 공단 안에서 벌였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로또를 통해 쌀도 나누고, 비타민 드링크와 부활을 의미하는 달걀도 나누었다. 모처럼 함박 웃는 이주노동자들과 모처럼 함께 즐겁게 부대끼는 시간이었다. 축하할 일은 함께 나누는 것이 어쩌면 종교의 편협함이 아니라 소통의 출발일지도 모른다. 부활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