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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글쓴이 : 바버라 에런라이크
옮긴이 : 전미영
펴낸곳 : 부키
극도로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 어쩌면 ‘긍정적 사고’의 신화는 그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발악인지도 모르겠다. 불안이 깊어질수록 긍정에 대한 신념은 더욱 공고해진다. 시크릿과 긍정의 힘과 같은 도서가 연일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고 그와 비슷한 류의 자기계발서와 강연 등이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긍정이 유행하고 있다. 어쩌면 긍정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사회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야말로 긍정이 넘쳐나는 시대!
긍정적 사고는 이제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어쩌면 이데올로기를 넘어 광신적인 종교의 수준으로 성장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자본주의 시대에 부와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상품이 되었다. 이쯤되면 긍정적 사고만 있다면 죽은 사람도 살려낼 기세이다. 주술적이고 맹목적인 긍정의 신화는 이미 우리의 삶 속으로 내재화 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에 대한 실증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이데올로기가, 종교가, 상품이 되어버린 긍정적 사고를 비판한다.
긍정적 사고의 문제는 문제의 모든 문제의 근원을 개인(자기자신)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원하는 행복, 원하는 부, 원하는 무엇인가를 획득하지 못하였다면 그것은 모두 긍정할 줄 모르는 개인(자신)의 탓이다. 세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긍정이 신앙처럼 군림하는 이 시대에 긍정의 힘을 믿지 않는 사람은 곧 이단아이다.
과연 주술적이고 맹목적인 긍정은 단지 긍정적 사고를 습득하는 것 만으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면 긍정적 사고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하기만 한 것일까? 단순하게 생각해보기만 해도 ‘부정적인 사고’ 보다는 ‘긍정적인 사고’ 가 더 삶을 관조하게 하고 윤택하게 하여주는 것은 아닌가?
(저자의 주장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궁금증이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책의 말미에 해소될 수 있었다.(이런 것을 보면 난 참 머리가 나쁘다!)
저자는 ‘긍정적 사과와 부정적 사고 모두 감정과 자극을 구분하지 못하고 현실 대신 환상을 받아들임’을 경계한다. 사실 그러면 마치 마약을 한 것 처럼 ‘기분이 좋아지거나 침체로 빠져드는 익숙한 신경 경로가 강화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두가지 경향에 대한 대안은 곧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기감정과 환상으로 채색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술적이고 맹목적인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회의를 품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과학적 사고이다.
‘수 백년 동안, 적어도 종교개혁 이후에 서구 엘리트들은 빈곤이 자발적 조건이라며 우쭐거렸다. 칼뱅주의는 가난이 태만을 비롯한 나쁜 습관의 결과라고 했다. 희생자를 비난하는 것은 이런 시각은 최근 20년 동안 우세했던 경제의 보수주의와 딱 맞아떨어졌다. 복지 혜택을 받던 사람들은 자부심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렸고, 해고 되었거나 해고를 앞둔 노동자들은 동기 유발 강연장으로 떠밀렸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삼아, 빈곤을 개인의 결점이나 마음의 기능장애로 보는 생각은 버리자. 실업급여나 무료급식을 받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 중에는 게으름뱅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힘껏 노력한 사람들도 있고, 고질적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뿐 만 아니라 타고난 낙천주의자도 있다. 앞으로 경제가 회복된다 해도 우리가 전반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 빈곤을 향해 굴러 떨어지는게 얼마나 쉬운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직면한 위협(환경오염, 전쟁과 폭력, 경제정의의 문제 등등)현실적이며, 자기몰입(주술적이고 맹목적인 긍정적사고)에서 벗어나 세상 속에서 행동을 취해야만 없앨 수 있다’며 폭력적인 긍정의 사고 시대를 이겨낼 방안을 제시한다.
긍정적사고로 인해 세상의 모든 문제가 개인(자신)의 책임이라며, 세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금의 문제는 당신이 더 긍정하지 못한 탓이라며 지친 몸과 마음을 매정하게 몰아치는 이 폭력적인 긍정의 시대에 그것은 결코 당신 탓이 아닌 부조리한 세상의 탓임을 확인시켜주는 따뜻한 위로가 있는 책! 긍정과 자기계발에 목멜수 밖에 없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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