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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로제스는 네팔친구다. 우리 무지개교실을 스머프 마을에 비유하자면 로제스는 똘똘이 스머프가 딱 어울린다. 여하간 로제스는 수학과 영어를 좋아한다. 로제스의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일, 이, 삼과 에이, 비, 씨이다.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로제스를 보면서 아! 내가 어릴 적에 저렇게 공부에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의 삶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본다. 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연, 고대 정도는 갔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하지만 로제스에게는 컴플렉스가 하나 있다. 또래에 비해 유독이도 작은 키이다. 그래서 지니가 자기보다 큰 것을 마냥 부러워 한다. 그래도 로제스는 밝고 똘똘하다. 그리고 난 오늘 로제스에게 잘 보여야만 하는 이유를 찾았다. 로제스의 꿈은 의사인데 커서 의사가 되면 공짜로 치료해주겠다고 했..
미소가 참 예쁜 지니는 네팔소녀(?)이다. 엄마를 유독이도 좋아하는 지니의 꿈은 가수와 간호사라고 했다. (엄마를 좋아한다고 해서 아빠를 싫어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빠는 배가 나오고, 핸드폰도 주지 않고, 자기가 자고 싶은 침대를 차지해서 싫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가수가 좋아?' 하고 물어보니 '몰라요' 라고 한다. (정말 가수가 꿈인거 맞어???? ) '그럼, 가수와 간호사 중에 하나만 해야 한다면 뭘 하고 싶어?'하고 물어보니 왜 그래야 되느냐고 한다. 둘다 할 거라고... 뭐 생각해보니 그렇다. 둘다 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니까... 내가 실수를 해도 단단히 한거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지니... 귀가길 차안에서 사우나에 가고 싶다 이야기하면 선생님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지니는 사람..
방글라데시 밥둘씨는 이제 곧 방글라데시로 돌아간다. 처음 보았을 때 나를 보고 형님이라 하며 꾸벅 머리를 숙여 인사하던 기억이 난다. 편견... 오늘 난 그 무서운 편견이 내안에 똬리를 틀고 많은 사람들을 그저 내 잣대로 이해하고 평가했음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오늘 안 사실인데, 밥둘씨의 부인은 방글라데시 한 컬리지의 교수라 했다. 아버지가 물려준 땅도 있다. 이주노동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그 였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사는 동네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길 거리에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양자 삼았고, 이제 10살이 되었다며 양아들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방글라데시로 돌아간다고 한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