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다윈의 식탁 본문
지은이 : 장대익
출판사 : 김영사
다윈의 식탁은 픽션이다.
진화론의 석학들이 해밀턴의 죽음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여 토론한다는 가상에서 시작된다. 상황은 픽션이나 이들의 토론은 논픽션이다. 이 책은 현대 진화론의 다양한 화두를 그들의 대화를 통해 편하게 들여다보며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자연과학의 영역을 소설을 읽어 내려가듯 편안하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다윈이 죽은 지 100년을 기점으로 진화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되었음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다양한 진화론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고 상당수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섯다. 실로 그 위세가 대단해 보인다. 요즘 ‘통섭’ 이란 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위키백과에서는 통섭(統攝,Consilience)을 "지식의 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 이론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사회생물학을 저술한 인본주의적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의 저서 <통섭, 지식의 대통합>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인문적 성찰까지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과학은 실증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형성케 하는 토대이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대립은 단순히 그 현상의 중심이 지구인가, 태양인가에서 머물지 않는다. 진화론 역시 생명의 기원, 다양한 종의 기원이 창조되었는가, 아니면 진화되었는가에서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과 태도이며, 그 관점과 태도는 인간의 행동양식을 규정한다. 그렇기에 과학은 과학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도 안될 것이다.
다윈의 식탁에 차려진 다양한 진화론의 음식들과 더불어 후식으로 차려진 과학과 종교논쟁의 최근 풍경은 과학이 과학에서만 머물지 않고 이데올로기 투쟁에 한복판에 머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어찌되었건 인간의 본성과 종교를 바라보는 진화론의 다양한 관점과 분석은 분명 혁신적인 듯하다. 도킨스의 이기적유전자는 혁신을 넘어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그토록 존엄한 인간이 유전자의 생존놀음에 놀아나는 한낮 운반자에 불과하다니... 그러나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세계와 인간의 본성과 종교를 새롭게 바라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세대에 제공되었다는 점은 분명 행운(?)이다.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진화론의 앞으로 진화는 어떻게 펼쳐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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