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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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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WIND69 2010. 2. 20. 22:55

삼성을 생각한다.

지은이 : 김용철
펴낸곳 : 사회평론


차라리 한권의 소설이었으면 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라는 사실이 답답하다. 자본과 권력의 결탁이 우리 사회를 투명성을 해치고 건강한 미래를 좀먹고 있다. 1등이 아니면 기억하지 않는다며 세계 초인류 기업을 지향했던 삼성,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라며 경영의 혁신을 외치던 황제의 외침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한 사회를 정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법과 질서를 조롱하는 그들의 대담함이 놀랍다. 첨단이 지배하는 21세기에도 그 옛날 봉건국가에서 봄직한 황제와 그를 신봉하는 가신들의 모습이 글로벌기업 삼성의 현실이라는 사실 또한 놀랍다. 흡사 사이비 종교를 보는 듯해 씁쓸했다. 또한, 비리의 뿌리를 솎아낼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비리의 주범들에게 면죄부까지 덥석 안겨준 국가권력의 행태 역시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칼보다 강하다는 펜을 쥐고 진실을 외면하고 철저하게 가진자들의 이익에 복무해온 언론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이다. 따지고 보면 일상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반복 경험한 우리에게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리다. 단지 또 한번 그 이 서글픈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일 뿐...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우리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학연, 지연, 혈연의 굴레 속에서 남을 속이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사회, 정직하게 살면 늘 손해를 보는 사회, 정의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곧 정의인 사회가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는가? 남을 속여서라도 살아남아야 하고, 손해보지 않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며, 애써 정의를 외면하는 우리의 무뎌진 지성에 저자는 늘 깨어 있음을 요구한다.

투명하지 않는 사회,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는 그들의 불법과 부정을 정당화하려는 곡학아세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삼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땀흘리며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자기 몫을 다하고 있는 삼성의 직원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몇 몇 미꾸라지들이 이들의 땀과 열정까지 갉아먹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 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옳은 일이 될 수 없다. 삼성 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게 정의라고 생각할까 두려워 이책을 썻다'는 저자의 말이 절규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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